2020 – 말하는 도시 상상하기
2020.12.03
하버드 대학교의 경제학자 에드워드 글레이져(Edward Glaeser)는 ‘도시’를 인간이 발명한 것 중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도시는 인류를 더 부유하게, 더 똑똑하게, 그리고 더 친환경적이고, 건강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먼저 인간이 물리적으로 건축한 가시적인 인공 환경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건물, 토양, 강, 공기와 같은 자연 환경입니다. 이러한 가시적인 요소들 사이에는 물류, 에너지, 빛, 수로, 교통, 데이터, 균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자금, 규제, 규율, 행정, 문화 등의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존재합니다. 도시 계획가 바우터 반스티파우트(Wouter Vanstiphout)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암흑 물질(Dark Matter)이라고 부르며, 도시에서 암흑 물질 이야 말로 진짜 변화를 가지고 온다고 말하였습니다

이렇게 복잡하게 연결되어있는 도시에는 ‘보이는 요소’와 ‘보이지 않는 요소’, 그리고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촘촘히 얽혀있습니다. 정책 집행자를 포함한 행정가, 법률 진행자, 기술자, 돌봄 노동자, 교육자, 지역 거주민 등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해 관계가 있다고 모두가 큰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만한 점은 이해관계자들이 스스로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아닐까요?
우리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은 ‘보이는 요소’와 ‘보이지 않는 요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나무, 물, 생물과 같은 인간이 아닌 요소들의 권리는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만약 도시를 이루고 있는 각각의 요소들이 서로 말을 할 수 있고, 우리가 그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까?
특히 어린이들이 도시의 한 구성원으로서 복잡하고 다양한 도시 관계를 이해하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이론 습득의 교육이 아닌 자신의 일상에서 접하는 환경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릴 때부터 다각도의 사고에서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만드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 즉 자신만의 ‘감각’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몫 아닐까요? 우리는 워크샵에 참가한 초등학교 3학년생들이 어떤 시선으로 도시의 요소들을 바라보고 탐색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이번 2020년 ‘FIX THE STREET’ 워크숍은 현 문제를 개선하는(FIX) 것을 넘어 어떤 방향으로 개선할지를 고민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었습니다. 그 방법으로 봉황 초등학교 학생들의 시선에서 어린이들이 바라는 미래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상상하는 도시(마을)의 구성 요소들을 직접 만들어보고, 한 도시의 시스템을 다각도에서 관찰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와 그들의 이야기를 짧은 퍼포먼스로 표현했습니다.
이번 워크숍은 공주에서 성장, 생활하고 있는 봉황 초등학교 3학년 학생 14명과 공주대학교 가구리빙디자인학과 3학년 재학생 7명이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이자 참여자로 함께 했습니다.

워크숍 전 과정은 건축 및 디자인의 사고 과정(토론, 쓰기, 그리기, 만들기, 답사, 협동, 발표)에 의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봉황초등학교 재학생 3~4명과 공주대학교 가구리빙디자인학과 재학생 2명이 하나의 조가 되어, 4개의 그룹이 각기 다른 주제로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장소는 봉황초등학교 3학년 1반 교실과 봉황초등학교 근교입니다.
1단계 관찰하다 – 학교 근처를 관찰하고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찾아 사진으로 기록하기
첫날은 1단계인 관찰하기를 진행했습니다. 먼저 주변을 관찰∙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보이는 도시 구성 요소’와 ‘보이지 않는 도시 구성 요소’ 혹은 ‘보이는 친구들’과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찾아내어 다양한 도시 구성요소들을 인지하였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요소들을 깊이 있게 관찰하고 연결해봄으로써 서로가 어떤 상호관계를 갖고 있는지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우리는 보이는 요소와 보이지 않는 요소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도시보다 작은 규모의 학교에서 각각의 다른 요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교실을 구성하고 있는 가시적 요소인 ‘보이는 친구들’과 비가시적 요소인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포스트잇에 적어서 공유하였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학교를 관찰했던 시야를 도시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요소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무작위로4개의 조를 구성하여 봉황초등학교 주변과 도보 15분 내외 제민천 주변을 직접 방문해 초등학생들의 시선으로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교실로 돌아와 도시 현장 답사를 통해 발견된 요소들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구성 요소(친구들)를 더 구체적으로 분석∙생각해보았습니다. 그 방법으로는 ‘친구 카드’를 이용하였습니다.


2단계 연결하다 – 도시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다각도로 생각하며 도시 생태계 이해하기
두 번째는 연결하기 입니다. 1단계에서 관찰한 요소들을 ‘친구 카드’를 이용해 ‘보이는 친구’와 ‘보이지 않는 친구’로 재구성했습니다. 그리고 도시의 다양한 요소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서로 관계 맺고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3단계 상상하다 – 생태계 속 상상해 본 도시의 시나리오 작성하기
도시 생태계의 연결관계를 이해한 후 학생들에게 도시를 구성하는 친구(동물이나 식물 등) 중 마음에 드는 친구 혹은 친해지고 싶은 친구를 한가지씩 고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첫날 방문했던 제민천, 학교 주변 길들을 함께 산책하자고 권유하는 편지를 써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 다음에는 도시 산책을 함께 했던 조별로 초대장을 보낸 친구들 시선에서 바라본 도시를 여섯 가지 장면으로 표현해보기로 했습니다(육하원칙: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를 생각하며).

조별로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구성한 시나리오에는 말 풍선이 달리고 상상 속 도시명이 붙었습니다. 그리고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각 조가 그린 시나리오를 모두에게 발표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4단계 제작하다 – 시나리오 속 상상한 도시의 스케일 모델 만들기
네 번째는 표현하기 입니다. 준비된 재료를 이용해 시나리오 속 상상하는 도시의 스케일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상상하는 도시 속 친구들은 실제 스케일에 비례하는 축소 사이즈로 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 친구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면서 조금씩 범위를 확장해 나갔고, 결과적으로 ‘도시’라는 하나의 모습을 만들어갔습니다. 마지막에는 스케일 모델에 말 풍선을 달아 ‘말하는 도시’를 완성했습니다. 손과 간단한 도구를 이용해 손쉽게 제작∙편집이 가능한 종이, 수수깡, 나무 하드 스틱, 마스킹 데이프, 나무 실린더 등을 주 재료로 사용했고, 칼처럼 위험한 도구를 사용할 때에는 퍼실리테이터로 참여한 공주대학교 학생들이 도와주었습니다.


‘무지개’ 조, 바닥 색을 다르게 사용하여 놀이 공원 내 놀이기구에 따른 구역을 표현하였습니다. 입구에는 ‘환영해’라는 말풍선이 정겨웠습니다.
5단계 전달하기 – 발표 및 질문하기
우리는 각자가 만든 상상의 도시를 서로에게 보여주고 도시 속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봉황초등학교 학생들의 이야기 속에는 어른들이 생각하지 못한 현대 사회의 모습과 마음 따뜻해지는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각 조의 발표가 끝난 후에 서로가 궁금했던 부분을 적극적으로 질문하는 봉황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1.’산속 친구’ (봉황초등학교: 김현아, 이수호, 배규찬, 노연우. 공주대학교: 오미현 선생님, 이서윤)
“산 속 친구였던 고양이, 강아지, 두더지가 미세먼지 집 앞에 모이기로 했어요. 셋은 놀이를 찾다가 숨바꼭질을 하기로 하고 가위바위보를 하여 술래를 결정했어요. 고양이가 술래가 되어 두더지, 강아지를 잡고 근처에 살던 미세먼지도 잡았어요. 결국 깨끗한 공기로 변한 마을에서 모두가 편안하게 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잤어요.”

2.’코로나걸렸쥐’ (봉황초등학교: 정유민, 이성진, 석재인. 공주대학교: 이선화, 박선민)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치즈를 쥐가 먹고, 그 쥐를 고양이가 잡아먹었어요. 고양이 역시 바이러스에 감염되었죠. 제민천을 산책하던 중 고양이는 물에 빠졌고 물 속에 있던 물고기들도 잡아먹어요. 가까스로 물에서 빠져나온 고양이는 감기에 걸린 줄 알았지만 코로나에 감염된 사실을 알고 병원으로 가요. 다행히 병원에서 치료되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돼요.”

3.’코로나없애기’ (봉황초등학교: 신상원, 김선일, 김수호. 공주대학교: 이채영, 최혜림)
“어느 날,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가 세상에 나타났어요. 사람들은 집에서 나오질 않고, 텔레비전에서는 매일 아나운서가 뉴스로 소식을 전해요.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며 제민천에서 살고 있는 기러기, 고양이, 쥐는 백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그리고 드디어 백신이 완성되죠! 고양이가 백신 조사를 코로나 바이러스에 놓으며 바이러스는 퇴치되고 모두 예전처럼 행복하게 살게 되는 이야기에요.”

4.’무지개’ (봉황초등학교: 강서현, 백채희, 유우진. 공주대학교: 곽수빈, 곽아롬)
“고양이, 두더지, 먼지, 나뭇잎, 물고기가 학교에서 모여 버스를 타고 다같이 놀이공원에 갔어요. 버스 안에서 끝말잇기를 하며 놀이공원에 도착했어요. 해가 지는 밤에 바이킹을 탔는데, 나뭇잎이 바람에 날아가 바이킹에서 실종되어 버렸어요. 친구들은 바이킹에서 다 같이 내려 나뭇잎을 찾으러 귀신의 집에 갔고, 그 곳에서 처녀 귀신을 본 후 너무 무서워서 오줌을 지렸어요. 다행히 무사히 귀신의 집에서 나와 모두가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갔어요.”

결론과 다음 단계
이틀간 진행한 2019년 워크숍의 아쉬움을 보완하기 위해, 2020년에는 ‘도시’라는 컨텐츠를 더욱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을 4일간 진행했습니다. 또한 2019년에는 사람이 주체가 되어 1:1 스케일로 도시의 변화를 만들었다면, 2020년에는 사람이 아닌 다양한 생명체의 시점에서 새로운 도시를 상상하고 설계하는 데 목적을 두었습니다. 특히 올해 워크숍에서 진행한 쓰기, 그리기, 모형 만들기 활동은 작년에 비해 학생들의 참여 집중도가 높고, 역동적인 컨텐츠 결과물이 완성되었습니다.
학생들의 더 적극적인 참여를 위하여 프래그램을 진행하며 봉황초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넘어서 함께 도시 구성 요소들을 찾고 이야기를 만들어가며 진행하였다. 모형 만들기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의 다양한 상황의 내러티브를 창작하고 이를 입체로 구현하여 공간 안에 표현한 집중력과 상상력에 감탄했다. 항상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한계선 이상의 것을 보여주는 아이들과의 수업에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오는 것 같다.
공주대학교 가구리빙디자인학과는 2019~2020년, 2년에 거쳐 봉황초등학교 학생들과 ‘FIX THE STREET’라는 주제로 공주 도시 재생 연구 워크숍을 진행하였습니다. ‘FIX’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하는데 단기적으로는 물리적인 개입을 통해 직접 고치는 것이 있고, 장기적으로 지역에 대한 끈끈한 애착과 커뮤니티를 이용해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 관리, 변화시키는 방법이 존재합니다. 앞서 인용했던 도시 전략가 단 힐의 말처럼 도시를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켜 나아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 모두가 필요할 것입니다.
현재 공주시에서는 지역사회 연계 백제문화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중심시가지형 도시 재생 뉴딜 사업, 스마트시티 통합 플랫폼 기반구축사업, 공주 한옥마을 개발 등 다양한 사업으로 해마다 발전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젝트가 지속 가능한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2020년 워크샵에서 언급했듯이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서로의 연계성을 이해하고, 지역사회의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기 위해 어떤 협력이 필요한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공주대학교 가구리빙디자인학과-봉황 초등학교 워크샵과 같은 협업 프로젝트를 단기가 아닌 장기로 진행하면서 결과물을 차곡차곡 누적해 나아가야 합니다. 새로운 변화의 발걸음을 시작한 공주,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의 공주는 어떤 모습일까요?
